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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조경기술사 1호’ 정영선의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마당엔 갓 심어진 나무와 풀들이 아직 어색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낮은 키의 바람꽃이 하얀 꽃을 피워내고 있었고, 미선나무 꽃은 질 때를 맞아 시들어가고 있었다. 정원 곳곳에 자리잡은 고사리들은 새순을 둥글게 말고 줄기를 뻗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오늘은 아주 기초 단계에요. 갈수록 좋아질 겁니다. 계속해서 풍경이 바뀔 거예요.”조경가 정영선(83)의 말처럼, 두달 반이 지난 후 정원의 풍경은 달라져 있었다. 고사리는 풍성하게 몸집을 키워 바람결에 연두빛 잎들을 흔들어댔다. 때이른 무더위 속에 나무와 풀들은 꽃 대신 초록 잎들을 무성하게 피워내고 있었지만, 꼬리진달래의 솜털이 보송보송한 작고 하얀 꽃이 드문드문 보였다. 한국 자생식물과 고사리, 자연석이 어우러진 풍경이 산의 오솔길에서 만날 법한 풍경 같기도 하다. 실제 정영선은 “산은 나의 교과서”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엔 돌이 많잖아요. 시골 돌길이나 물가에 가면 ... -
진경산수화 대가 정선의 초기작·기록화 ‘북원수회도첩’, 보물 됐다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의 초기 작품이자 기록화인 ‘정선 필 북원수회도첩’ 등 5건이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이 됐다.국가유산청은 “‘북원수회도첩’과 ‘도은선생집’, ‘무안 목우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 영덕 장륙사의 영산회상도와 지장시왕도를 보물로 지정했다”고 28일 밝혔다.‘정선 필 북원수회도첩(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은 겸재가 1716년(숙종 42)에 그린 기록화 ’북원수회도‘가 실린 서화첩이다. 문신 관료인 이광적(1628~1717)이 서울 서촌의 장의동 집(북원, 현 청운동 일대)에서 연 과거 급제 60년 기념 잔치, 동네의 퇴직 관료들 모임을 기념해 제작됐다.모두 20장 40면으로 구성된 이 서화첩은 북원수회도와 모임 참석자 명단, 당시 유명 문인들의 시와 글, 제작 경위를 담은 발문이 수록됐다. 국가유산청은 “진경산수를 대표하는 화가인 겸재의 초기작이자 기록화라는 점에서 미술사적으로 중요하다”며 “숙종 후반기에 활동한 역사적 인물들과 관련된 시... -
다다미방에서 마주한 가미카제 병사의 유령···“끝나지 않은 과거는 미래에 돌아온다”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지어진 일본 전통 여관(료칸)인 기라쿠테이. ‘기’는 기쁨을, ‘라쿠’는 쾌락을, ‘테이’는 집을 의미한다. 기라쿠테이는 그저 운치있는 오래된 여관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기쁨보다는 슬픔에 가까웠다. 일본 가미카제 특수공격부대 중 하나인 구사나기 부대가 출격 전 연회를 벌이던 곳이었다. 조종사들은 ‘자살 공격’을 위해 오키나와로 출발하기 전 그곳에서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구사나기 부대의 병사들은 총 네 차례 오키나와로 출격했다. 63명의 젊은 병사가 목숨을 잃었다. 한 병사는 출격 전 부모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긴다. “야스쿠니 신사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저를 보러 와주십시오. 선물은 가져올 필요 없습니다.”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싱가포르 미디어아티스트·영화감독 ‘호추니엔: 시간과 클라우드’는 관람객들을 제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 패전이 기운이 짙던 일본의 기라쿠테이 여관으로 데려간다. ‘호텔 아포리아’가 설치된 전시장 2층... -
박물관·미술관의 기후위기 대처? 이젠 ‘그린 뮤지엄’으로 …
국제적으로 심각한 기후위기 상황을 맞아 박물관·미술관 소장 문화유산의 친환경적인 보존·관리 방안을 논의하는 국제학술대회가 마련됐다.문화유산 관리·보존에 소비되는 에너지와 탄소배출량 등을 줄임으로써 향후 지속가능한 문화유산의 보존·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이른바 ‘그린 뮤지엄’(Green Museum)의 실천과 실현을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하는 자리다.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와 국립고궁박물관은 “‘지속가능한 문화유산 보존(Sustainable Climate Management for Cultural Heritage)’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를 오는 7월 3일 오전 9시 30분 국립고궁박물관 대강당에서 연다”고 25일 밝혔다.해양유산연구소와 고궁박물관은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그린 뮤지엄’(Green Museum) 실천을 선도적으로 추진 중인 네덜란드를 비롯해 중국·일본의 문화유산 보존환경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속가능한 문화유산 보존환경 현황과 첨단 기술을 활용... -
‘충남예술의전당’ 2029년 문 연다…설계 컨소시엄 선정
충남 내포신도시에 들어서는 ‘충남예술의전당’ 설계안이 나왔다. 충남도는 주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와 문화 인재 양성 토대 마련을 위해 2029년 개관을 목표로 예술의전당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충남도는 충남예술의전당 국제지명 설계공모 당선작으로 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3XN(호주)·엠디에이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24일 밝혔다.컨소시엄은 지붕 곡선을 용봉산·수암산과 어울리는 수려한 형태로 디자인해 충남예술의전당 설계를 제안했다. 내부는 지붕에서 드러난 미려한 곡선이 이어지면서 따뜻한 색조의 나무로 마감해 자연과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계획했다.중공연장은 가변 커튼과 무대 반사판 등을 활용해 클래식·오페라·뮤지컬·연극 등 다양한 공연을 진행할 수 있는 다목적 공연장으로 설계했다. 소공연장은 홍예공원 수변공간으로도 개방돼 다채로운 공연·행사가 가능하도록 꾸며진다.외부 지붕은 태양광 패널을 사용하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하고 친환경 인증 자재를 적용하는 등 에너... -
김세중조각상에 ‘문경원 & 전준호’···이상기후와 자연재해 영상·설치로 풀어내
문경원 & 전준호 작가가 제38회 김세중조각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21일 김세중기념사업회가 밝혔다.서울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 조각상으로 유명한 한국 현대조각 1세대 작가 김세중을 기리기 위해 1987년 제정된 ‘김세중 조각상’이지만 심사위원회는 외연을 ‘조각적 조형’까지 넓혀 수상자를 선정했다.문경원 & 전준호는 영상과 설치, 조각 등의 작업을 통해 인류가 직면한 위기와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예술의 역할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예술을 둘러싼 권력관계 등을 탐구해왔다.심사위원회는 “사실적 기록과 예술적 허구를 섞고, 가상과 실재를 하나의 공간에서 연출한다. 영상을 사각 프레임 안의 비물질로 가두지 않고 철, 유리, 돌덩어리, 로봇 같은 조각적 오브제와 연동하며, 이 조각적 오브제 또한 빛과 소리 같은 비물질의 외부성과 대화하며 눈뜬 공간을 열어낸다”며 “이들이 다루는 주제는 탈인간주의나 신유물론 같은 컨템포러리 아트 최전선의 담론과도 잇닿아 있다”고 평했다.... -
‘여성 조경기술사 1호’에서 ‘조경계 노벨상’까지···정영선 반세기 작업 한눈에
미술관에는 수많은 식물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미술관에서 만난 식물들에게 한 발짝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는 ‘미술관 옆 식물원’ 코너입니다. 그림 속 식물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것도 미술을 즐기는 또다른 기쁨이 될 것입니다. 인간보다 훨씬 오래 전 지구에서 살기 시작한 식물에겐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있으니까요.지난 4월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마당엔 갓 심어진 나무와 풀들이 아직 어색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낮은 키의 바람꽃이 하얀 꽃을 피워내고 있었고, 미선나무 꽃은 질 때를 맞아 시들어가고 있었다. 정원 곳곳에 자리잡은 고사리들은 새순을 둥글게 말고 줄기를 뻗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오늘은 아주 기초 단계에요. 갈수록 좋아질 겁니다. 계속해서 풍경이 바뀔 거예요.”조경가 정영선(83)의 말처럼, 두달 반이 지난 후 정원의 풍경은 달라져 있었다. 고사리는 풍성하게 몸집을 키워 바람결에 연두빛 잎들을 흔들어댔다. 때이른... -
조각가 권진규 알린 동생 권경숙 여사 별세···‘필즈상’ 허준이 조모상
한국 근현대조각의 거장 권진규(1922∼1973)의 동생으로 권진규의 작품을 모으고 보존하는데 힘썼던 권경숙씨가 16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97세.고인은 권진규의 생전 그의 곁을 지키다 권진규가 “작품과 사후 처리를 맡긴다”는 말을 남기고 숨진 이후 작업실을 보존하며 작품을 관리하고 작가를 알리는 데 힘써왔다. 일본까지 건너가 작품을 구입하는 등 권진규의 작품을 모으고 보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아들인 허경회 권진규기념사업회 대표, 허명회 고려대 명예교수 등과 함께 권진규기념사업회를 운영하며 2006년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에 권진규의 서울 성북구 동선동 아틀리에와 유품을 기증했다.2021년에는 서울시립미술관에 ‘자소상’(1968), ‘도모’(1951), ‘기사’(1953) 등 권진규의 주요 작품 136점을 포함해 141점을 기증했다. 지난해 6월 서울 관악구 남현동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1층에 권진규 상설전시장이 마련되기도 했다.2022년 한... -
“모두가 감상할 수 있게”···‘세한도’ 기증한 손창근씨 별세
국보 ‘세한도’와 보물 ‘불이선란도’ 등 대를 이어 수집한 문화유산 304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씨가 향년 95세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17일 알려졌다.고인의 아들인 손성규 연세대 교수와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따르면, 손씨는 지난 11일 타계했다. 고인의 유지에 따라 유가족은 논의를 거쳐 조용하게 장례를 치렀다.‘값을 따질 수 없다’는 ‘무가지보’의 문화유산을 모두를 위해 기꺼이 내놓은 고인은 문화유산 소장가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개성 출신 실업가인 부친 손세기(1903~1983) 선생과 함께 대를 이어 수집한 이른바 ‘손세기·손창근 컬렉션’은 회화와 전적 등 가치와 의미가 큰 다양한 종류의 문화유산으로 구성돼 주목받았다.고인은 생전 드러내지 않는 여러 기부 활동도 펼쳤다. 지난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연구 기금으로 써달라며 1억원을 쾌척했고, 2012년에는 경기 용인 일대의 임야 662ha를 산림청에 기부했다. 2017년에는 한... -
아직도 다양한 북미 원주민들을 뭉뚱그려 ‘인디언’이라 부르나요?
“미타쿠예 오야신”(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북미 원주민(인디언) 여러 부족이 나누는 인사말이다. 간단한 인사말이지만 그 속에는 인간과 자연·세상을 대하는 그들의 심오한 가치관, 삶의 방식이 녹아 있다. 서구의 선형적 사고와 달리 동양의 원형적·순환적 사고와 닮았다. ‘세상 모든 존재는 그물처럼 연결돼 영향을 미친다’는 불교 ‘인드라망’ 뜻과도 일맥상통한다.최근 북미 원주민들의 가치관, 삶의 방식이 주목받는다. 물질보다 정신을, 무한경쟁 속 각자도생보다 더불어 함께 살기를 강조한 그들의 사상이 현대인을 각성시키고 성찰을 이끌기 때문이다. 자연과 교감·소통하는 친환경 사고와 태도는 기후재앙 속에 ‘문명 대전환’을 위한 대안적 의미로 다가온다. 또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특하고 다채로운 문화와 예술도 눈길을 잡는다.북미 원주민들의 삶과 사상, 역사와 문화·예술을 살펴보는 전시회가 국내 처음으로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18일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