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대 “민심 부글부글…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주간경향]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국회 청원에 20만명이 넘는 국민께서 참여했다.”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6월 27일 이렇게 말했다. 지난 6월 20일부터 동의를 받기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6월 23일 소관위원회 회부 기준인 동의 5만명을 넘겼다. 이에 따라 법제사법위원회에 부쳐졌다. 청원인은 탄핵 청원 이유로 해병대 박정훈 전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 행사, 명품 뇌물 수수·주가조작·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조작, 전쟁 위기 조장, 일본 강제징용 친일 해법 강행,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투기 방조 의혹 등을 들었다.박 당대표 직무대행은 “민심이 그만큼 부글부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며 “(윤 대통령은)해병대원 특검법을 비롯해 국회를 통과하는 법안들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생각하지 말고 전면 수용하고 즉시 공포하겠다고 미리 선언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월 (국회) 임... -
돈 없어 감옥에 끌려간 5만7267명
정권 교체가 누군가에겐 공포를 뜻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돈이 없어 벌금을 내지 못해 감옥에 끌려가는 가난한 사람들이 그렇다. 문재인 정부 5년차였던 2021년 한 해 동안 벌금미납으로 감옥에 갇힌 사람은 2만1868명이었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에는 2만5975명으로 늘었다. 윤석열 정부 2년차인 2023년에는 두 배 이상인 5만7267명으로 급증했다. 부자 감세로 줄어든 곳간을 벌금으로라도 채우려고 무리했던 것 같다. 벌금 때문에 잡혀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그만큼 벌금 납부도 늘어난다.벌금형을 선고받았다는 것은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될 만큼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다는 거다. 가벼운 범죄에는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노출된다. 얼마라도 급전이 필요한데, 돈을 융통할 방법은 꽉 막혀 있을 때, 이 곤란한 상황을 파고드는 악질 범죄자들이 있다. 마치 은행이라도 되는 양 불쑥 문자를 보낸다. 통장을 보내면 대출이 가능한지 살펴보겠다는 거다. 통장을 보낸 대... -
정보의 비대칭 틈새 노리는 사기꾼
국가 범죄통계에 의하면 전체 범죄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 살인과 강도, 강간 같은 강력범죄도 감소하고 재산범죄도 줄어드는데, 유독 사기 범죄만 증가하는 추세다. 10년 전에 비해 절도는 줄었는데 지능범죄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사기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사기죄가 범죄 건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수법도 다양하고 교묘해졌다. 대부분 조직적으로 벌어진다. 피해자나 피해액도 대규모다. 보이스피싱도 그렇고 전세 사기도 마찬가지다. 이에 반해 사기범 검거율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수사당국은 신종사기 등 민생침해범죄 집중단속을 외치지만 진화하는 사기범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검수완박처럼 사법시스템이 뒷걸음질하는 사이 사기범 천국이 되었다고 진단하는 이도 있다. 디지털·인공지능 시대에 신종사기범이 폭증한 탓인지, 검거율이 떨어져 사기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인지, 수사가 제대로 안 돼서인지, 양형이 무른 탓인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강력범죄가 줄어드는 건 다행이다. 생명 또... -
가시로 막고 막대로 치려 해도
자신에게 불리한 일은 숨기거나 뭉개는 게 권력의 속성이다. 반면 유리하다 싶은 일은 떠벌리거나 부풀린다. 윤석열 대통령의 첫 ‘국정브리핑’은 그런 속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주무 부서도 파악 못했고, 시작 8분 전에야 공지된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발표 내용을 보면 석유와 가스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구조가 확인됐다는 수준이다. 아프리카 정상들과 연쇄 회담이 예정돼 있던 윤 대통령이 굳이 나서서 브리핑 할 일이었나 싶다. 게다가 호주 석유개발회사가 이 사업을 ‘가망 없다’고 결론 낸 사실이 알려지고,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 액트지오의 신뢰성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잇따랐다. 결국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 이슈를 부풀리려 했다는 의심이 짙다. 상시화하고 있는 레임덕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국면 전환용 카드’라는... -
모기 퀴즈
인류 역사 대대손손 미움과 혐오를 받은 생명체를 꼽자면 모기, 바퀴벌레, 쥐가 아닐까 싶다. 때마침 여름에 창궐하는 모기에 대한 퀴즈를 풀어보자. 1. 모기는 30m 밖에서도 ㅇㅅㅎㅌㅅ를 통해 사람을 찾아낸다.모기는 자기 몸길이의 2000배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사람이 내뱉는 이산화탄소를 통해 사람을 감지할 수 있다. 숨을 멈추지 않는 한 모기의 레이더에서 벗어날 수 없다. 모기는 고성능 이산화탄소 탐지 스펙을 갖춘 생명체다.2. 모기에게 발 냄새 취향이 있다? 좋아하는 발 냄새가 나는 양말에는 그렇지 않은 양말에 비해 8배나 많은 모기가 달려들었다.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은 자신이 모기를 유혹하는 페로몬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남들보다 모기를 피하기 위해 더 노력하자.3. 모기가 에이즈를 전파한다? 아니다. 에이즈는 인간 면역세포에서 증식하므로 인간 대 인간의 체액 접촉이나 수혈을 통해서만 전염된다. 4. 모기가 사라지면 ㅊㅋㄹ도 ... -
밥맛에 대하여
에잇 밥맛이야, 라고 할 때 누구나 쉽게 떠올릴 얼굴도 몇몇 있겠지만 사실 밥맛이 쉬운 맛은 아니다. 그렇게 만만하게 대접할 맛은 더더구나 아니다. 쌀이 간직했던 맛, 물이 찰지게 만든 맛, 빈 들판의 정기가 곤두서는 맛. 백반집에 가서 꽤 맛있는 국과 반찬이 나와도 밥이 별로면 그 식당에 다신 안 가게 된다.훤칠한 나무를 키우기 위해 산이 우람하게 있듯, 또 그만큼의 용도로 텅 빈 들판이 있고, 거기에서 벼와 보리를 비롯한 각종 작물이 자란다. 가축화와 작물화. 외양간에 소를 가두고 논에서 벼를 거두지 않았다면 인류는 식량을 찾아 지금도 거친 들판을 헤매고 다녀야 하지 않았을까.나무나 풀만큼이나 정말 고마운 벼과/사초과의 식물들. 어느 해 강릉 해변 사구 주변으로 벼과/사초과를 공부하러 갔다. 꽃들이 뜸한 시기에 공중에서 바닥으로 눈높이를 대폭 낮춘 것이다. 이름만 들어도 입술을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하는 그 간지러운 풀들. 사실 벼과/사초과는 종류도 많고 ... -
아스파라거스를 기름에 볶는 이유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스테이크용 등심에 눈길이 갔습니다. 저렴하면서도 품질까지 좋아 계획에도 없는 구매를 하고 말았죠. 물론 스테이크 요리에 필요한 다른 식재료도 이것저것 구입했습니다.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한 일은 매리네이드 만들기입니다. 매리네이드란 고기를 부드럽게 하거나 맛과 향을 가미하기 위해 재워두는 소스인데, 이 소스로 고기를 재우는 행위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오늘은 올리브 오일에 다진 마늘, 소금, 후추, 로즈메리를 잘 섞어 만들었습니다.이 매리네이드에 고기를 몇시간 동안 재워두면, 고기 안의 단백질 분해효소가 작용하면서 육질이 더 부드러워집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유해한 세균이 번식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부패가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죠. 그래서 소량의 소금을 첨가하는데, 그러면 유해균의 증식은 억제되면서 숙성이 서서히 진행되게 됩니다.오일 베이스로 만드는 매리네이드는 향신료의 향을 고기에 잘 스며들도록 하려는 목적이 ... -
공화국을 허무는 지도자의 분노
분노는 상반된 성격을 가진 난해한 감정이다. 하나는 자신과 주위를 해치는 화염, 다른 하나는 진보적인 역사를 창출하는 힘이다. 대표적으로 전자는 인간을 극한의 고통에 몰아넣는 전쟁이며, 후자는 억압된 자들이 새 질서를 세우는 혁명이다. 같은 분노인데도 어째서 반대의 현상이 일어날까. 대개 종교는 이를 해로운 감정으로 본다. 불교에선 열반과 해탈을 방해하는 3독심, 즉 탐욕과 성냄과 무명에 속할 정도로 중대한 번뇌다. 자신의 참된 심성을 가리고, 죽어서는 지옥에 떨어진다고 한다. 기독교의 7대 죄악에도 분노가 들어 있다.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 또한 <화에 대하여>에서 이성의 통제를 떠난, 보복하고 싶은 욕망인 악덕으로 보았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는 과불급이 없는 중용에 따른 분노의 표출은 온화한 인격과 통한다고 보았다. 연구자들은 위협적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진화의 본능으로 보기도 한다. 나는 분노의 발생 원인과 대상에 따라 그 가치가 정반대가 된다고 본다.... -
사람의 우물
물건 만드는 일에 혁명 자주 일어나정작 생명 돌보는 일에는 안 나타나여성들 노동에 대한 처우가 그렇다영화 ‘열 개의 우물’ 엄마들 이야기이 우물 덕분에 혁명은 죽지 않았다어떤 사회형태도 사람과 물자의 재생산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인간 활동을 ‘물자를 생산하는 일’과 ‘사람을 돌보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일’로 나누어 볼 때, 자본주의에서는 둘의 관계가 다른 사회형태들과 확연히 다르다고 했다. 사람에게 가장 신경 쓰이는 대상은 아무래도 사람이다. 그래서 대부분 사회형태에서는 사람의 일을 물건의 일보다 우선시한다. 사람을 향한 노동을 물자를 생산하는 노동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에서는 반대다. 그레이버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마치 “물자 생산을 늘리는 것이 사회의 일차적 존재 이유인 것처럼 행세”한다(<역순의 혁명>).그래서인가. 물건 만드는 일에서는 혁명도 자주 일어나고 새로운 미래가 ... -
(129) 경복궁 경회루
두 사진은 1971년과 2023년의 경복궁 경회루(慶會樓)를 담고 있다. 경회루의 외관은 50여년의 세월 동안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다만 1971년에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1층의 돌기둥에 청색과 황색 천을 씌어 놓았다. 경복궁 근정전의 서북쪽 연못 안에 있는 경회루는 조선시대 때 나라에 경사가 있거나 외국 사신이 왔을 때 연회를 베풀던 누각이다.처음 경복궁을 지을 때 작은 누각이 있었으나, 조선 태종 때인 1412년 연못을 확장하면서 누각을 다시 크게 지어 경회루라는 이름을 붙였다. 경회루는 임진왜란 때 불에 타 돌기둥만 남았다가, 270여년이 지난 고종 때인 1867년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다시 지었다. 연못 속에 사각형의 섬을 만들어 그 위에 누각을 세웠고, 돌다리 3개를 놓아 육지와 연결하였다. 돌다리 가운데 사진에 보이는 가장 남쪽의 다리가 폭이 가장 넓어 임금이 이용하였다. 정면 너비가 34.4m, 측면 너비가 28.5m의 경회루는 한국에서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