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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도드라지게 한 가사근로자법의 ‘구멍’
“구멍 막기 법안(Closing the Loopholes bill)이 의회를 통과했다.”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지난 2월12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다. 이 법안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된 화물노동자, 플랫폼 종사자의 최저보수 보장 등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았다.호주 정부가 노동법 구멍을 막는 노동개혁을 진행한 것과 비슷한 시기 한국에선 되레 구멍을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 입에서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외국인 유학생·결혼이민자 가족을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가사노동자로 쓰자고 제안했다.개별 가구(가사사용인)는 가사노동자 고용 시 최저임금법·근로기준법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비공식 부문에 있는 가사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2022년 6월부터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됐다. 문제는 가사근로자법은 정부로부터 인증받은 서비스 제공기관(인증기관)과 ... -
노조 가입하라는 오바마, 미조직노동자 지원하라는 윤석열
“내 가족의 미래를 보장해 줄, 좋은 일자리를 원하나요. 내 뒤를 든든하게 받쳐줄 누군가를 원하나요. 저라면 노동조합에 가입하겠습니다.”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5년 노동절 연설에서 노조 가입을 권유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노조가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끌어올리고,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기댈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달리 미조직 노동자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은 미조직 근로자들의 권익 증진은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직접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조직근로자지원과’를 설치하라고 고용노동부에 지시했다.2022년 기준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13.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울타리 밖에 있는 86.9%에 주목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문제는 윤 대통령의 접근법이 ‘반쪽짜리’라는 점이다... -
이강인을 위하여…지금은 잠깐 쉬어갈 때
이강인을 뽑는 게 맞을까, 아니면 잠시 안 뽑는 게 옳을까.황선홍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임시’ 감독의 최대 고민일 것이다. 황 감독은 태국과의 월드컵 아시아 예선(21일 서울·26일 방콕)에 나설 국가대표 명단을 오는 11일 발표한다. 기자는 축구계 인사들로부터 이강인 발탁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그 의견들을 정리해본다.“이강인이 서울 월드컵경기장에 소개된다고 가정하자. 응원 소리도 있겠지만 야유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강인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 아직 적잖은 팬들이 이강인을 진심으로 용서하진 않은 것 같다.”“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손흥민, 이강인에게 집중될 것이다. 경기 전, 경기 도중, 경기 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둘 간 화해가 아니라 태국전 2연승이다. 집중력을 분산하는 것은 안 된다.”“이강인이 정상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플레이를 선호하는 데다, 아시안컵에서 형들에게 대든 것으로 욕을... -
‘감독 선임 결정권’은 전력강화위원회에
대한축구협회가 차기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을 찾고 있다. 차기 위원장을 먼저 선임해야만 차기 대표팀 감독도 뽑을 수 있다. 정몽규 협회장은 “월드컵 예선을 위한 차기 감독 선임 작업에 착수하겠다”며 “신임 전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도 선임하겠다”고 말했다.차기 위원장은 누가 적임자일까. 그에 앞서 협회가 먼저 결정해야 하는 게 있다. △전력강화위원회 권한 강화 △감독 선임 소요 기간 연장 △감독 영입 비용 상한선 제시 등이다.우선 위원회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 협회 정관에 따르면 위원회는 조언, 자문, 건의하는 곳이다. 결정권이 없다. 클린스만 전 감독도 그렇게 선임됐다. 위원회가 결정권을 갖고 협회가 위원회 결정을 재가하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감독 선임 기간도 여유있게 책정해야 한다. 한국은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치르고 있다. 한국은 이미 싱가포르와 중국을 대파하고 2연승해 조 선두다. 바로 다음 경기는 3월21일, 26일 태국... -
지하철역 집회·시위 봉쇄한다며 기자도 끌고나간 서울교통공사
지난 22일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참사 23주기 선전전’을 취재하던 중이었다. 8시10분쯤부터 전장연 비장애인 활동가들이 돌연 끌려나가기 시작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 여럿이 이 장면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서울교통공사 소속 지하철 보안관이 막아섰다. 순식간에 서너 명의 사람들이 다가와 양팔을 끼운 채 나를 끌고 갔다. “취재 중”이라고 항의했지만, 그들은 “기자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정작 기자증을 찾을 틈조차 주지 않았다. 겨우 주머니에서 기자증을 꺼내 보여줬지만 소용없었다. 그들은 개찰구 밖까지 나를 끌어냈다.취재진 강제퇴거는 지난 24일 서울지하철 1·2호선 시청역 환승 통로에서 열린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 해고 철회 및 복직 투쟁’ 기자회견에서도 발생했다. 취재 중이던 비마이너, 레디앙 기자와 다큐멘터리 감독 등이 서울교통공사 직원들과 경찰에게 ... -
경찰 사건은 재수사, 공수처 사건은 반송···검찰의 이중잣대
대검찰청은 매달 선정한 ‘형사부 우수 수사 사례’를 보도자료로 만들어 뿌린다. 주로 경찰이 미진하게 수사해 송치한 형사 사건을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하거나 전면 재수사해 범죄의 전모를 밝혔다는 내용이다. 대검이 지난 19일 배포한 ‘2023년 12월 형사부 우수 수사 사례’에도 경찰이 넘긴 성폭력 사건을 검찰이 재수사해 추가 범죄를 발견하고 공범들을 직접 구속한 사례가 담겼다.검찰이 경찰의 부실한 수사를 바로잡고 추가 범죄를 발견하는 걸 문제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경찰 송치 사건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송부 사건에 대한 검찰의 이중잣대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2일 공수처가 공소제기를 요구(송부)한 ‘감사원 3급 간부 뇌물수수’ 사건을 직접 보완수사하지 않고 공수처에 돌려보냈다. 검찰은 “공수처의 법률적 지위와 성격”을 근거로 들며 “검찰이 아닌 공수처에서 추가 수사를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공수처 사건은 공수처 스스로 책임지라는 것이다. 검찰은 그동안 공... -
총선에 ‘진심’인 민주노총 집행부가 잊지 말아야 할 ‘기본’
국민 10명 중 8명은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한국비정규노동센터, 지난해 2월 ‘불평등 사회 국민인식조사’) 하지만 노조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이 노조에 대한 사회적 지지로 이어지진 않는다. ‘노조가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10명 중 1명(1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성 노조가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와 무관하게 시민들은 노조가 ‘자기 밥그릇’만 챙긴다고 여긴다. 양대노총으로선 항변하고 싶은 게 많겠지만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인식을 바꿔야 하는 숙제를 피해갈 순 없다.지난해 11월 말 연임에 성공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올해 1월부터 다시 3년간 민주노총을 이끌게 됐다. 새해 들어 양 위원장의 말과 행보는 오는 4월 총선을 가리키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 전태일 열사 묘역 앞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우리는 사활을 걸고 진보진영 단결을 통한 총선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
넥슨의 침묵은 ‘폭력’이다
한 달이 넘도록 사회를 들쑤셔 놓았던 ‘집게손가락 사건’에 대해 넥슨이 자체 조사를 마무리했다. 지난달 28일 메이플스토리 김창섭 디렉터는 게임 커뮤니티를 통해 “외주사에서 제작한 영상 조사를 마무리했고, 100여개 이미지에 대한 수정을 완료했다”며 “메이플은 모든 외주업체 선정을 원점부터 재검토해 작업물의 품질관리 검수 시스템을 정비해 불편함을 드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게임사들도 같은 공지문을 발표하며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했다.하지만 조사 결과에는 사건 경위에 대한 최소한의 ‘팩트’가 빠졌다. 경향신문은 넥슨이 처음 밝힌 대로 ‘하청사인 뿌리가 일부러 손가락 그림을 넣은 것이 조사에서 확인됐는지’ 물어보니, “공지 외에는 확인해 드릴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게임 커뮤니티 공지 외에 시민과 기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 발표 여부에 대해서는 “공지로 갈음한다”고만 답했다.지난 한 달간 하청사인 뿌리는 인터뷰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넥슨과의 소통... -
‘사회적 대화 복귀’ 결정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할 일
전태일 열사 53주기였던 지난 13일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찰이 고공 농성 중이던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과잉진압하자 한국노총이 지난 6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을 선언한 지 5개월 만이었다.대통령실이 이날 사회적 대화 복귀 요청을 하자마자 한국노총은 ‘복귀 검토’도 아니고 ‘복귀’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전에 물밑에서 조율이 진행돼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복귀 가능성이 ‘제로’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서 사실상 노동계를 대표하는 유일한 조직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노총은 노사정 대화에서 한국노총 조합원뿐 아니라 민주노총 조합원, 노조 울타리 밖에 있는 노동자,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등 ‘일하는 모든 사람’을 대변하는 주체다.그런데 일하는 모든 사람의 땀과 눈물을 어깨 위에 짊어지고 있는 한국노총은 왜 전격적... -
‘뱃사람의 운명’ 시절은 끝났다…어선원 산재, 법제화 서둘러야
지난 19~21일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1회 세계어촌대회가 열렸다. 전 세계 어촌이 마주한 위기를 극복할 방법과 새로운 비전·지속 가능성을 논의하는 이 대회 학술세션 주제 중 하나는 ‘어업 분야 산업재해’였다. 어선원 노동자의 노동인권 보장이 어촌의 지속 가능성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이 세션 첫 발제자로 나선 잉군 마리에 홀멘 노르웨이 과학산업기술연구재단(SINTEF) 박사는 “어선원은 노르웨이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이라는 메시지로 영상발제를 시작했다.1990년대부터 2021년까지 노르웨이에선 어선원 노동자 331명이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시기별로 보면 1990~1999년 188명(연평균 18.8명), 2000~2009년 79명(연평균 7.9명), 2010~2021년 65명(연평균 5.65명)이 산재로 숨졌다. 산재 사망사고 감소세에는 어선원 노동자 규모가 같은 기간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 2012년부터 노르웨이의 전업 어선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