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집회·시위 봉쇄한다며 기자도 끌고나간 서울교통공사

박송이 주간경향부 기자

지난 22일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참사 23주기 선전전’을 취재하던 중이었다. 8시10분쯤부터 전장연 비장애인 활동가들이 돌연 끌려나가기 시작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 여럿이 이 장면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서울교통공사 소속 지하철 보안관이 막아섰다. 순식간에 서너 명의 사람들이 다가와 양팔을 끼운 채 나를 끌고 갔다. “취재 중”이라고 항의했지만, 그들은 “기자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정작 기자증을 찾을 틈조차 주지 않았다. 겨우 주머니에서 기자증을 꺼내 보여줬지만 소용없었다. 그들은 개찰구 밖까지 나를 끌어냈다.

취재진 강제퇴거는 지난 24일 서울지하철 1·2호선 시청역 환승 통로에서 열린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 해고 철회 및 복직 투쟁’ 기자회견에서도 발생했다. 취재 중이던 비마이너, 레디앙 기자와 다큐멘터리 감독 등이 서울교통공사 직원들과 경찰에게 끌려나가는 바람에 취재를 봉쇄당했다.

헌법 제21조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4조는 기자의 자유로운 집회·시위 현장 출입을 보장하고 있다. 최영도 서울교통공사 고객안전지원센터장은 “집회 현장에서 불법시위대라고 판단되는 경우 퇴거를 시키는데 그게 잘못인가. 퇴거시키는 과정에서 여러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는 거지 일목요연하게 한 명 한 명씩 되는 건가”라며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최 센터장의 발언에는 헌법에 근거한 ‘언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또 “퇴거 과정에서 여러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은 전장연 시위에 대한 서울교통공사의 대응이 자의적인 잣대로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잣대는 물론 ‘(지하철을) 1분이라도 지체할 수 없다’며 전장연 집회에 강경대응을 주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에서 비롯됐다.

박송이 주간경향부 기자

박송이 주간경향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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