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외국인이 테러 선동글 ‘좋아요’만 눌러도 추방?···잇따른 ‘좋아요’ 논란

조문희 기자

독일 만하임 경찰관 사망 사건이 계기

낸시 페이저 독일 내무부 장관. AP연합뉴스

낸시 페이저 독일 내무부 장관. AP연합뉴스

독일 정부가 테러를 미화한 외국인의 국외 추방을 용이하게 하는 내용의 형법·체류법 개정안을 내놨다고 26일(현지시간) 로이터,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마저 국외 추방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독일에선 지난달 한 대학 총장이 반유대주의 게시글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해임 압력에 직면한 바 있다.

독일 연방정부가 이날 합의한 해당법 초안은 외국인이 테러 범죄를 묵인·승인한 것으로 간주할 경우 별도의 유죄 판결 없이 체류 허가를 취소하고 국외로 추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법이 문제 삼는 행위는 다양하다. 인터넷상에 선동 콘텐츠를 제작해 유포하는 것은 물론이고, AP에 따르면 SNS에서 ‘테러 범죄를 미화하고 지지한다’는 댓글을 하나만 달아도 추방 사유가 될 수 있다. DPA는 특정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일도 법상 문제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외국인 추방 법안 논의가 시작된 계기는 지난달 31일 독일 만하임에서 벌어진 경찰관 사망 사건부터다. 해당 경찰관이 반이슬람 운동가들을 공격하던 이슬람 신도 테러범을 진압하다가 흉기에 찔려 사망한 일이다. 독일 정부는 이후 용의자를 두둔하고 경찰관을 조롱하는 글이 게시되자 강하게 대응했다.

용의자는 2013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독일로 이주했으며, 망명 신청이 불허됐으나 체류는 허가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은 이날 내각 회의에 앞서 “정신적으로 석기 시대에 사는 이슬람 선동가들은 우리나라에 설 자리가 없다”며 “독일 여권을 소지하지 않은 채 테러 행위를 미화하는 사람은 가능한 한 추방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독일 언론 도이체벨레(DW)는 전했다.

‘좋아요’까지 테러에 동조하는 행위로 보고 제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독일 내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좌파당의 클라라 뷩거 의원은 러시아 등 권위주의 정부가 ‘좋아요’를 빌미로 개인을 박해한 데 대해 독일 정치인들이 비판한 일을 거론하면서 “독일도 (러시아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변호사협회의 이민법 담당자인 토마스 오버호이저는 “‘좋아요’ 클릭을 ‘유포’로 보려면 굉장히 많은 법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로이터는 해당 개정안에 대해 “반이민을 주장하는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대한 지지가 증가하고 이주, 공공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나왔다”며 반이민 정서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법이 독일 의회를 통과하면 법안은 실효성을 갖게 된다. 다만 AP는 페저 장관이 ‘SNS에 올라온 게시물을 좋아하는 것은 추방의 충분한 근거가 되지 않을 것’이란 취지로 말했다고 전해, ‘좋아요’가 실제로 추방의 유효한 근거가 될지 여부에 대한 해석이 갈리고 있다.

‘좋아요’는 지난달에도 독일 사회에서 논란거리였다. 게랄디네 라우흐 베를린공대 총장이 반유대주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해임하라는 목소리에 맞닥뜨리면서다. 라우흐 총장은 사과문을 내고 “휴전을 염원하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며 “반유대주의 이미지와 언어인 것을 적극적으로 인식했다면 ‘좋아요’를 누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베티나 슈타르크바칭거 연방 교육장관도 “대학에 이스라엘과 유대인 혐오를 위한 자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해임 주장이 좌파 성향으로 알려진 라우흐 총장을 몰아내려는 ‘정치적 공격’이란 해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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