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뛰냐고요? ‘퀴어’ 한 나니까

이두리 기자

배드민턴·농구·풋살 하는 퀴어 여성 생활체육인 모임 ‘티키타카’

퀴어여성 생활체육모임 ‘티키타카’ 운영진이 지난 24일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

퀴어여성 생활체육모임 ‘티키타카’ 운영진이 지난 24일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email protected]

정체성 부연 설명할 필요 없이
일상 반경 다양하게 확장하며
소수자 아닌 솔직한 나로 소통

‘비-퀴어’ 남성 중심의 스포츠
더욱 다양한 논의가 이뤄져야

스포츠는 소통이다. 전략을 공유하고 사기를 북돋우며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LGBTQ+ 퀴어들에게는 솔직하게, 자연스럽게, 일상적으로 자신을 드러낼 공간이 필요하다. 배드민턴·농구·풋살을 하는 퀴어 여성 생활체육인으로 구성된 ‘티키타카’는 그렇게 탄생했다. 티키타카 회원들을 지난 24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농구 모임 ‘레디슛’을 운영하는 흰당(40)은 “농구는 경기를 하면서 말을 굉장히 많이 해야 하는 스포츠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 모습이 드러나는데, 내 정체성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할 필요 없이 캐주얼하게 모임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게 퀴어 스포츠 모임의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레디슛 회원 가디(29)는 “나를 감추지 않아도 되는 곳이라서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풋살팀 ‘FC너랑나랑’의 플라(39)는 스포츠가 퀴어들의 일상 반경을 만들어가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퀴어들의 생활체육 모임이 특별해 보일 수 있겠지만 이런 활동이 일상의 일부가 돼야 퀴어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누릴 수 있다”며 “스포츠를 통해 일상을 다양한 모습으로 확장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스포츠에서 ‘퀴어한 신체’는 이상향인 동시에 배척 대상이다. 퀴어 스포츠인들은 이러한 모순을 피부로 느낀다. 흰당은 “어째서 유명 스포츠 선수를 ‘비-퀴어’로 규정하는 건 당연하고, 그들을 퀴어로 상상하는 건 희롱 내지 모욕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24 파리 올림픽의 엠블럼은 무지개색을 띤다. LGBTQ+ 퀴어들과 연대하고 성소수자 차별에 맞서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퀴어 정체성을 밝히고 올림픽에 참가하는 스포츠 선수도 점차 늘고 있다.

한편 스포츠중재재판소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의 트랜스젠더 여성 수영선수인 리아 토머스(25)가 엘리트 종목에 출전할 수 없다고 판정했다. 세계수영연맹은 이번 판결에 대해 “여성 스포츠 보호를 위한 우리 노력의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 외에도 육상, 럭비, 사이클 등 종목이 트랜스젠더 여성의 엘리트 대회 출전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올림픽은, 나아가 스포츠는 ‘퀴어 프렌들리함’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걸까. 플라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확정을 한) 트랜스 여성의 여성 종목 출전을 ‘공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금지하는 건 남성(이었던) 신체의 능력이 여성의 그것을 능가한다는 단편적인 인식에서 비롯하는 것 같다”며 “MTF 트랜스젠더(남성에서 여성으로 성확정)의 여성 종목 출전만 문제가 되고 FTM 트랜스젠더(여성에서 남성으로 성확정)의 남성 종목 출전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을 보며 스포츠에서 결국 기준이 되는 건 남성 신체의 능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에서 이뤄지는 논의도 중요하지만 ‘LGBTQ+ 프렌들리’를 표방하는 스포츠계 내부에서 더욱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티키타카에서는 참여한 모두가 골을 넣고 점수를 낸다. 함께 승리하면서 퀴어의 일상 공간을 확장해나가고자 한다. 스포츠는 이들이 익명화된 ‘소수자’로서의 무게를 내려놓고 솔직한 자신의 모습으로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승부를 겨루는 건 멋진 일이고, 이겨서 행복해질 수도 있죠. 그렇지만 우리 모임의 제1순위는 명확해요. ‘퀴어’. 퀴어는 쿨한 거니까요.” 흰당이 말했다. 이들은 ‘티키타카’라는 이름처럼 사소하지만 일상적인 패스 플레이를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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