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진 마운드, 한순간에 와르르…10점차도 불안한 ‘타고투저’

김은진 기자

올 시즌 KBO리그 투수들 ‘고난의 행군’ 왜?

올 시즌 프로야구는 10점 차도 안심할 수 없는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KIA 장현식이 지난 25일 사직 롯데전에서 14-1로 이기다 15-15 동점이 된 뒤 서둘러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위쪽 사진). 키움 마무리 조상우가 26일 고척 NC전에서 10-0으로 앞서다 9회 10-7까지 쫓기자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끝낸 후 포수와 주먹을 맞대고 있다. 각 구단 제공

올 시즌 프로야구는 10점 차도 안심할 수 없는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KIA 장현식이 지난 25일 사직 롯데전에서 14-1로 이기다 15-15 동점이 된 뒤 서둘러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위쪽 사진). 키움 마무리 조상우가 26일 고척 NC전에서 10-0으로 앞서다 9회 10-7까지 쫓기자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끝낸 후 포수와 주먹을 맞대고 있다. 각 구단 제공

당겨진 일정에 우천취소도 드물어 등판 로테이션 촉박 피로 누적
얇은 선수층·부상도 빈번…‘깐깐한’ 자동투구판정시스템 영향도

지난 25일 사직 롯데-KIA전은 KIA에 치욕적인 경기로 남았다. 14-1로 앞서다 15-15로 비겼기 때문이다. 26일 대전 두산-한화전에서는 4회초까지 두산이 7-0으로 앞서다 4회말 한화가 5점을 냈고, 이후 10-8로 앞서던 두산이 7회초 5점을 뽑으면서 15-8로 승리했다.

키움은 26일 NC전에서 10-0으로 앞서다 9회초 한꺼번에 7점을 내주면서 마무리 조상우를 등판시켜 불을 꺼야 했다.

26일 현재 리그 팀 타율은 0.281, 평균자책은 4.87이다. 타율 0.260대에 평균자책이 4점을 겨우 넘었던 지난 두 시즌에 비해 타고투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전반적으로 투수층은 그렇게 두꺼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올시즌 리그 일정상 변화로 인한 투수들의 피로도가 급격히 높아진 것이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역대 가장 빠른 3월23일에 개막한 올시즌은 개막 직후부터 각 팀 투수들의 부상이 쏟아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최근 몇년간 우천취소가 너무 많았던 점을 우려해 시즌 뒤 국제대회인 프리미어12 일정이 있는 올해 개막을 일주일이나 앞당겼다.

그런데 우천취소 경기가 줄었다. 4월1일 개막해 7월13일까지 치른 지난해에는 전반기에만 48경기가 취소됐다. 그러나 올해는 전반기 종료를 일주일 남겨둔 26일까지 추후 편성 경기가 20경기다. 금·토요일 우천취소 시에는 일요일에 더블헤더를 펼친다.

장성호 KBS N스포츠 해설위원은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적응 문제도 있겠지만, 우천취소를 고려해 리그 운영을 바꿨는데 우천취소가 덜 되다 보니 투수들이 계속 등판하고 구위는 떨어진다. 우리 리그는 투수쪽 선수층이 두껍지 못하다. 부상도 많아 대체 선발도 자주 쓰니 투수 고갈이 빨라져 점수가 많이 날 수밖에 없다. 올해의 타고투저는 타자들이 기술적으로 엄청 좋아져서라기보다는 투수 고갈이 심화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대형 SPOTV 해설위원도 “타고투저 시즌에 투수들이 일정상 너무 많이 나오면서 지칠 때가 됐다. 구위가 전반적으로 떨어져 있으니 점수차가 클 때 타자들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량 득점이 빈번한 데는 ABS의 영향이 있다고 본다.

이대형 해설위원은 “올해 유난히 대량 득점 이닝이 많은 데 대한 개인적 생각은 ABS의 영향 때문이 아닌가 한다. 예전에는 주심이 직접 스트라이크 판정을 했기 때문에, 점수차가 크게 벌어져 추격조나 그 아래급 투수들이 나오는 느슨한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존이 조금 커지고 그런 요소들이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ABS 판정이라 한결같이 존이 유지되니까 조금 약한 투수들은 그런 상황을 더 이겨내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타자들은 점수차가 벌어지고 약한 투수들이 나오면 오히려 어떻게 해서든 하나라도 더 치려고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올해 올스타 휴식기는 나흘뿐이다. 후반기 경기는 많이 남았고 재정비할 시간은 충분치 않다. 극적으로 마운드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후반기에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러진 마운드, 한순간에 와르르…10점차도 불안한 ‘타고투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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