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의 예외 없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프로야구에 적용하면 어떨까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

⑩ 텐하흐 감독의 5가지 규칙

[선동열의 야구, 이야기] 맨유의 예외 없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프로야구에 적용하면 어떨까

2004년 11월, 삼성 라이온즈 12대 감독으로 취임했다. 2005년 1월 괌으로 떠난 전지훈련, 정식 훈련이 시작되기 전날 밤 팀 미팅을 열고 ‘감독으로서 당부사항 7계명’을 공지했다.

“프로 선수로서 ‘몸가짐과 행동’이 좋은 팀 분위기를 만든다. 좋은 분위기에서 운동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선수 본인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그날 밤의 첫번째 계명이다. 당시만 해도 이 정도면, 부연설명을 하지 않아도 선수단 모두가 이해했고 서로 동의하며 양해가 이루어졌다.

10년도 훨씬 지난 지금, 2022년의 프로야구는 어떨까. 여전히 나는 야구에 대해 ‘학생’이다. 요즘도 KBO리그를 보며 많이 깨닫고 배운다. 최근 트렌드인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배우지만, ‘학생’으로서 배워야 할 교과서는 비단 그 영역이 야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에릭 텐하흐 신임 감독이 얼마 전 이번 시즌 선수들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규칙을 공개했다.

“첫째, 훈련이나 팀 회의에 지각해서는 안 된다.”

“둘째, 경기가 있는 주간에는 술을 마실 수 없다.” 올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를 같이 치르는 맨유는 경기 없는 주간이 거의 없게 됐다. 이에 결국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금주령을 내린 것과 마찬가지라고 영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셋째, 선수가 개인 셰프를 고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팀에서 식단을 짜고 음식을 제공할 테니 아무것이나 먹지 말라는 뜻이다. 식단은 철저히 생선과 야채 위주다. 필요하다면 음식을 집까지 배달도 해 준다.

“넷째, 매주 체질량지수를 측정한다.”

“다섯째, 에이전트와 과도한 소통을 제한한다.”

음주운전과 관련해 야구 용어인 ‘스리아웃’이 쓰인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텐하흐 감독은 무려 ‘원스트라이크 아웃’이다. 다섯 가지 규칙 중 뭐든지 한 번 위반하면 끝이라는 것이다.

텐하흐 감독의 규칙을 접한 뒤 한참을 생각했다. 이 규칙을 2022년 오늘의 한국 프로야구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세계 최고 스타들이 모인 최고 프로축구 팀 맨유도 이렇게 하고 있어. 그러니 받아들여야 해.’ 이렇게 생각하는 선수들은 얼마나 될까. 프로 감독은 선수단 운영에 관해, 특히 시즌 중 선수 일상에 대해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MLB는 철저히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다. 이런 흐름에 비춰보면 현재의 KBO 선수들 입장에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우리라는 생각이 든다. 각 구단의 지원 정도도 다르고 지원의 한계에 따른 차이점도 있을 것이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프로야구도 과거에는 경기 중간 담배도 피우고 경기 끝나면 감독 ‘몰래’ 술도 마시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강제’하지 않고 자율에 맡기는 것은 책임도 자신에게 있다는 뜻이다. 결국은 선수 자신에게 달렸다.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함께 뛰는 데얀 쿨루세브스키는 먹는 음식뿐 아니라 마시는 물의 pH(수소이온지수)에도 신경을 쓴다. 먹는 것이 곧 자신의 경기력이기 때문이다. 이런 선수에게는 규칙이 필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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