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조작 피해자 유족, ‘고문기술자’ 이근안 등 상대로 낸 민사소송서 재판부 기피신청

이근안씨/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이근안씨/ 김창길 기자 [email protected]

간접초작 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고문기술자’ 이근안씨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담당 재판부에 대한 기피신청을 냈다.

고 박남선·박남춘씨 유족 측 소송대리인은 지난 8일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재판장 허명산) 구성원 3명 전원에 대한 기피를 구두로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 기피 이유를 담은 서면도 이날 제출했다고 했다.

박남선씨는 1965년 서해 함박도에 조개잡이를 갔다가 북한 경비정에 나포됐다. ‘미법도 집단 납북 사건’으로 알려진 사건이다. 박남선씨는 탈출에 성공했지만 1978년 간첩 혐의로 불법 체포됐다. 당시 경기도 경찰국 수사관이었던 이근안씨는 박씨를 고문해 ‘북한에 있는 삼촌과 연락해 이적행위를 했다’는 허위 자백을 받아냈고, 그 결과 박씨는 국가보안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박남훈씨는 박남선씨의 6촌 동생으로, 박남선씨의 간첩 활동을 묵인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후 만기 출소한 박남선씨는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 2005년 사망했다. 박남훈씨도 숨진 뒤인 2019년 유족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재심청구를 받아들였고, 지난해 6월 43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이후 유족은 이근안씨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유족 측은 사건 관계자와 이근안씨에 대한 증인 신문과 당사자 신문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거 사건기록만으로 불법행위 성립 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 민사소송은 원고의 알 권리와 무관하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이에 유족 측이 재판부에 대해 기피신청을 한 것이다.

유족 측 대리인은 “이근안이 변론기일에 출석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피고 측은 이근안 등 사법경찰관의 고문과 가혹행위를 부인하고 있고, 검찰 및 법원 측 대리인도 각 검사(당시 사건 담당 검사들)의 불법행위와 법관의 불법행위를 부인했다”며 “이에 원고 측은 이근안씨와 사건 당시 수사와 기소, 재판을 담당했던 검사와 법관 등에 대한 신문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고 했다. 또 “이근안에게 원고 준비서면 중 일부가 아직 송달되지 않았음에도 재판부는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지정했다”며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워 기피신청을 한 것”이라고 했다.

유족 측 대리인은 “원고들이 과거 사건의 전말을 제대로 알 기회와 가해자들로부터 사죄받을 유일한 기회는 법원의 증인신문 및 당사자신문뿐”이라며 “재심 무죄 선고와 국가 배상만으로는 피해자들의 정신적 피해가 완전히 치유되지 않으며 오히려 재판과정이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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