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톡쏘는 사이다보다, 밋밋한 생수 같은 정치하겠다”

유설희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취임 2주년을 맞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 “톡쏘는 사이다보다, 밋밋해도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생수 같은 정치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저는 저의 길을 가겠다. 대세와 싸우는 파이터가 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오 시장이 한동훈 당대표 후보, 홍준표 대구시장 등 차기 대권 경쟁자들과 자신을 차별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지난 21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한 후보, 홍 시장 등 정치인 6인 중 호감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지금 한국 정치의 대세는 ‘파이터’”라며 “파이터가 다른 파이터를 때리고, 그 과정에서 팬덤이 생겨나고, 팬덤이 파이터를 다시 극단으로 몰아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오 시장은 이어 “자질 부족, 비전 부실조차 한국 정치에서는 이제 흠이 아니다. ‘싸움의 기술’이 유일한 덕목”이라며 “결과적으로 파이터들이 서로의 존재 덕에 각광받으며 정치를 하는 적대적 공생을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오 시장은 “‘싸움의 기술’ 전성시대는 ‘덕성(德性) 상실’의 시대이기도 하다. 공론의 장은 날카로운 언어로 가득차 있다”며 “유권자는 선거에서 내가 싫어하는 정치인을 가장 아프게 때려줄 정치인을 찾는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참모들이나 주변에선 강성, 사이다 발언을 해야 한다고 누차 조언한다. 그래서 저도 흔들립니다만 아직까지는 버티고 있다”며 “톡쏘는 사이다보다, 밋밋해도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생수 같은 정치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또한 “(주변에서)일은 그만 챙기고, 정치적 이미지를 만드는 데 더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말한다”며 “저라고 그 중요성을 모르겠느냐. 하지만 더 ‘높은 곳’을 향하여가 아니라 시민 일상의 행복에 도움되는 일에 매진하며 더욱 ‘낮은 곳’으로 임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인구는 줄고 경제 활력은 떨어지고 고급인재와 부유층은 조국을 떠나고 있다”며 “지금은 경제도 정치도 모두 얼어붙은 절망의 겨울이 도래한 듯 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북풍한설의 겨울을 버텨내고 얼음을 뚫고 피어나는 노오란 얼음새꽃이 있다. 가장 먼저 봄 소식을 전하는 꽃”이라며 “임기 반환점을 돌아 3년차를 막 시작하는 지금 저는 얼음새꽃 같은 정치를 하겠노라 마음을 다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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