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치며 아리랑 ‘한국계 여성 랍비’···“내 정체성은 창의성·공감력 지닌 이방인”

앤젤라 워닉 북달 랍비가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앤젤라 워닉 북달 랍비가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대교의 율법교사인 랍비라고 하면 수염을 길게 기르고 모자를 쓴 모습이 떠오른다. 앤젤라 워닉 북달 랍비는 전형적 랍비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통기타를 치며 아리랑을 구성지게 부르는 여성 랍비다.

북달 랍비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세계 최초로 랍비에 선임됐고, 유대교 3대 회당 가운데 하나인 뉴욕 샌트럴 시나고그의 첫 여성 고위 랍비가 됐다. 유대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다섯 살에 미국 워싱턴으로 이주한 그는 뉴스위크 선정 ‘미국서 가장 영향력 있는 랍비’(2011)에 꼽히기도 했으며, 2014년 오바마 대통령 초청으로 백악관 하누카 축제에서 기도를 했다.

“한국에선 사람들이 저를 보고 혼혈이라며 반만 한국인이라고 했죠. 미국에 가니 ‘한국 사람이 왔네’라고 했습니다. 유대인 단체에선 정체성은 어머니로부터 오는 것이기 때문에 ‘너는 반만 유대인’이란 이야길 들었죠. 완전한 한국인도 아니고 유대인도 아닌 이방인이 저의 정체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방인은 외부인의 눈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창의성과 공감능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북달 랍비가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방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이날 서울대학교 이스라엘교육협력센터 개소식에 맞춰 내한한 북달 랍비는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와 ‘이스라엘 유대교와 한국의 만남이 가져올 시너지 효과’라는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앤젤라 워닉 북달 랍비가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영훈 목사.  연합뉴스

앤젤라 워닉 북달 랍비가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영훈 목사. 연합뉴스

북달 랍비는 “한국의 출생률이 낮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인들이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데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가족의 중요성을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합계출생률은 3명으로 한국의 0.65명(2023년 4분기)에 비해 높다. 북달 랍비는 안식일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그는 “일주일에 하루는 일을 그만두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자연을 감상하며 보낸다”며 “모든 일에서 벗어나 인생의 목적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가족의 사랑 안에서 휴식과 안전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북달 랍비는 유대인식 대화법인 하브루타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유대인 교육은 대화식 교육법이다. 최고의 친구는 나와 달라야 한다. 나의 의견에 도전도 하고, 질문도 많이 해서 함께 진정한 지식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 전쟁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이 생존을 위해서 자신을 지킬 의무와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존엄을 지키며 자기 나라에서 살 권리가 있다”며 “이스라엘의 안전과 존엄성과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의 안전과 존엄성이 보장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북달 랍비는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직접 기타를 치며 아리랑을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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