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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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과학 한 스푼 맛있는 갈색, 맛없는 갈색 사과를 깎아 놓으면 금세 갈색으로 변합니다. 갈변이라 부르는 현상인데요, 그렇다고 먹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손이 잘 가지 않습니다. 사과와 같은 과일에는 클로로제닉산과 같은 폴리페놀 화합물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당근을 붉게 만드는 안토시아닌, 녹차에 풍부한 카테킨 등도 이 폴리페놀 화합물의 일종입니다. 그런데 사과에는 이 폴리페놀 화합물을 산화시키는 효소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껍질을 깎은 사과가 공기 중에 노출되면 산화가 잘 일어납니다. 이렇게 산화되어 만들어진 물질을 퀴논이라 하는데, 이 퀴논은 반응성이 매우 좋아 서로 반응을 일으켜 멜라닌이란 물질을 생성합니다. 이 멜라닌은 갈색의 색소 성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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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과학 한 스푼 맛이 전부는 아니다 오랜만에 찾은 국숫집이 문을 닫았습니다. 여름엔 콩국수가 일품이었는데, 이제는 다시 그 맛을 볼 수 없게 되었네요. 단골 가게가 문 닫는 일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지만, 오늘 따라 뭔가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린 듯 상실감이 큽니다. 요리를 즐길 때 보통 맛을 즐긴다고 합니다. 더 정확히는 미각으로 표현되는 맛, 후각으로 표현되는 향을 즐기는 것이죠. 이 두 가지 감각을 합쳐 풍미라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리의 경험에 이들 감각만 관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시각도 있습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요리를 평가하는 데 시각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아무리 맛있어도 보기가 좋지 않으면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정보의 관점에서도 시각은 중요합니다. 잠깐 보기만 해도 그것이 먹을 만한 것인지, 또 맛은 어떨지 재빠르게 판단이 가능한 것이죠. 맛을 보려고 무작정 입에 넣었다가 당할지도 모를 봉변을 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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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과학 한 스푼 더 오래 더 안전하게 아이와 함께 먹을 수 있는 간단한 간식거리를 만들어보려 합니다. 미리 재료를 준비해 놓은 것은 아니니, 가지고 있는 것들로만 요리를 해야 합니다. 냉장고 문을 열자마자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파스타 면. 서랍을 여니 이번엔 진공 포장된 마늘이 보입니다. 다른 밀키트에 있던 것을 따로 보관해 둔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메뉴가 정해졌습니다.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마늘과 올리브 오일, 그리고 건고추 가루만 있으면 가능한 메뉴입니다. 먼저 파스타 면을 삶아내고, 면수는 나중에 볶을 때 다시 써야 하니 따로 보관해 둡니다. 이제 가장 중요한 마늘을 볶을 차례입니다. 그런데 큰일입니다. 멀쩡해 보이던 마늘이 포장을 뜯자 냄새를 확 피웁니다. 물로 씻어보아도 상태는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진공 포장이라 꽤 오래 보관이 가능할 것 같았는데, 너무 과신했던 모양입니다. 어쩔 수 없이 집 근처 슈퍼에서 마늘을 사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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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과학 한 스푼 순간의 선택이 중요한 기름 얼마 전 한 발명가를 만났습니다. 기름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튀김기라 자신 있게 소개하는 제품을 이리저리 살펴보니 핵심은 기름 정제에 있었습니다. 사용하는 기름을 수시로 정제해 불순물을 최대한 제거해주면서 기름의 산패를 지연시키는 원리였습니다. 산패란 기름이 산화되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것을 말합니다. 혹시 항산화식품이란 말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산화를 방지하는 식품이란 뜻인데요,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많죠. 산화가 그만큼 건강에 해롭기 때문입니다. 산화란 쉽게 말해 산소와 반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몸에 해로운 물질들이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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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과학 한 스푼 맛있는 갈색의 유혹 어린이날을 맞아 과자의 맛있는 과학이란 주제로 강연을 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직접 과자를 만들어 본 적은 없기에 오늘은 아내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맨 처음 배울 과자는 가리비 모양의 마들렌. 밀가루, 설탕, 버터를 같은 비율로 하고 소량의 베이킹파우더를 첨가하여 반죽합니다. 그리고 틀에 반죽을 짜 넣은 후 190도 오븐에서 10분 정도 구워내면 먹음직스러운 갈색의 마들렌이 완성됩니다. 과자가 맛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달콤한 맛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설탕과 같은 당분 때문이기도 하고, 부드러움을 가미하는 버터나 우유에 들어 있는 지방 성분 때문이기도 합니다. 구워지는 과정에서 수분이 증발하며 만들어지는 구멍이 숭숭 뚫린 구조도 특이한 식감을 주면서 먹는 재미를 더 크게 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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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과학 한 스푼 액체인가 고체인가 예전에 작은 텃밭을 가꾼 적이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비료도 주고 잡초도 뽑고 물도 주면서 정성스럽게 가꾸었죠. 하지만 이내 곧 귀찮은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재미있는 취미에서 지겨운 노동이 된 것입니다. 그래도 한 해 정도는 농사를 잘 지어서 꽤 괜찮은 수확을 거둘 수 있었는데, 중간에 포기할 뻔한 저를 그래도 밭으로 부른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텃밭 옆의 한 작은 음식점. 그곳의 도토리묵 무침은 그 맛이 정말 일품이었는데, 저는 그걸 먹는 재미로 텃밭에 나갔던 것입니다. 오늘은 그때를 회상하며 도토리묵을 한번 만들어 볼까 합니다. 만드는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도토리 가루와 물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 반죽한 후 끓이면 매우 걸쭉한 상태가 되는데 이를 그릇에 부어 식히면 도토리묵이 완성되죠. 도토리묵은 대부분이 물이어서 말랑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고체처럼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수분이 많아 먹기 수월하면서도 잘 상하지 않으니 예로부터 먼 길 떠나는 나그네에게 유용한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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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과학 한 스푼 맛있는 무거움 모처럼 야외로 나들이를 왔습니다.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곳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니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합니다. 기분전환도 했으니 이번 나들이의 또 다른 목적인 별미를 맛볼 차례입니다. 예약을 해두길 잘했습니다. 도로변 작은 식당의 마당에 놓인 커다란 무쇠솥에서 이미 요리가 진행 중입니다. 오늘의 메뉴는 닭백숙입니다. 추운 겨울 에너지를 보충하는 데 이만한 것이 또 없죠. 각종 약재를 넣어 건강한 기운이 듬뿍 담긴 백숙에 닭육수로 끓여낸 누룽지죽, 거기에 더해 각종 반찬들이 한상 가득 차려집니다. 요리를 음미하며 주인장의 솜씨에 찬사를 보내다 문득 잊고 있던 또 다른 공헌자가 생각났습니다. 육중한 몸집을 자랑하는 바로 저 무쇠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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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과학 한 스푼 왜 장어는 구워야 맛있을까 장어 맛집으로 유명한 한 식당에서 지인들을 만났습니다. 각자 하는 일도 다르지만 모두 요리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번 모임의 만찬 요리는 제가 제안을 했는데요, 얼마 전 장어에 관한 짧은 글을 쓰다가 그만 장어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장어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흔히 민물장어라고도 부르는 뱀장어입니다. 뱀장어는 주로 민물에서 생활하지만, 육지와 가까운 바다에서 잡히기도 하죠. 그런데 이 뱀장어는 알을 낳기 위해 아주 먼 바다로 긴 여정을 떠납니다. 알을 낳으려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와는 정반대입니다. 장어의 일생은 정말 신비롭습니다. 어찌 그리 먼 바다로 나가 알을 낳고, 그 새끼들은 또 어떻게 그 먼 바다를 헤엄쳐 되돌아오는지 여전히 비밀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왜 그토록 힘든 여행을 해야만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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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과학 한 스푼 잘 얼려야 맛도 좋다 굴튀김을 만들기 위해 냉동고에 얼려 두었던 굴을 꺼내 해동시켰습니다. 지난주 시장에서 사온 신선한 굴로 요리를 하고 조금 남겨 두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굴튀김의 맛이 영 별로입니다. 냉동된 재료라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냉동식품은 식감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습니다. 냉동하는 과정에서 식재료의 조직이 파괴되기 때문인데요, 더 정확히는 식물이나 동물을 구성하는 세포가 파괴됩니다. 물은 특이하게도 얼어서 고체가 되면 부피가 팽창합니다. 다른 물질들은 액체에서 고체 상태가 되면 부피가 줄어드는 것과는 정반대이죠. 10% 정도 부피팽창이 일어나는데, 이로 인해 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세포막 등이 파괴될 수 있습니다. 조직이 파괴된 식재료는 식감도 식감이지만, 해동과정에서 내부의 수분과 함께 여러 맛성분 또한 밖으로 빠져나오니 좋은 맛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냉동식품을 멀리할 수도 없습니다. 보관과 운송이 용이하고 사시사철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크기 때문이죠.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급속 냉동입니다. 냉동의 장점은 살리되 조직의 파괴는 최소화하는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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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과학 한 스푼 부드러움이 좋은 이유 유명한 돈가스 맛집을 방문했습니다. 평소 좋아하던 히레가스를 주문했는데 요리의 겉모습만 봐서는 아직까지 그리 특이한 점은 없습니다. 그런데 돈가스를 한입 베어물자 왜 맛집이라 불리는지 비로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속살의 부드러움이 남달랐기 때문이죠. 돈가스에 사용하는 돼지고기는 사전작업이 필요합니다. 뾰족하게 돌기가 있는 망치 비슷한 도구로 고기를 두드리는 것인데요. 그렇게 하면 고기의 육질이 부드러워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간단해 보이는 일이지만 돈가스의 품질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단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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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과학 한 스푼 잘 섞음의 원리 요리를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아마도 ‘섞음’일 것입니다. 여러 식재료들을 알맞게 준비하고 잘 섞어주면서 최상의 맛을 끌어내는 것이 바로 요리이기 때문입니다. 식재료가 고체라면 서로 섞는 데 큰 문제는 없지만, 액체 상태인 경우라면 조금은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과학에서는 ‘Likes dissolve likes’라는 말이 있습니다. 번역해보면 ‘비슷한 것들은 비슷한 것들을 녹인다’ 정도가 되겠네요. 액체에 다른 어떤 것을 녹일 때 서로 비슷한 성질이어야 하지, 그렇지 않으면 잘 녹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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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과학 한 스푼 천연 주스가 더 맛없는 이유 화장실 가기가 힘들다는 아내를 위해 직접 과일 주스를 만들었습니다. 오렌지, 자몽, 키위 등 신선한 과일을 준비하고 물을 조금 첨가한 후 믹서기로 가는 단순한 방식인데요. 즙만 짜내는 것보다는 변비에 효과가 더 좋습니다. 이왕 하는 김에 아들 것도 함께 준비했습니다. 시중에 파는 주스처럼 건더기는 걸러내고 즙만 담았죠. 그런데 아들 표정이 영 좋지 않습니다. 과일 주스맛이 아니라고 하네요. 좋은 과일만 엄선한 아빠표 주스보다 편의점 주스가 더 주스답다고 생각하는가 봅니다. 사실 가공 주스가 더 진짜 같은 것은 바로 향 때문인데요, 보통은 천연 과일을 연상케 하는 합성 착향료를 사용합니다. 산성 물질과 알코올을 반응시키면 에스터라 불리는 물질이 만들어지는데, 이 가운데 과일 향을 내는 것들이 많습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감쪽같이 과일의 향을 재현할 수 있습니다. 아니 훨씬 더 강화할 수도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