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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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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아의 조각보 세상 22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책임 22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이하 여가위)가 구성되었다. 21대 국회에서 여가위의 존치 여부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었고 위원장 선출에도 어려움을 겪었던 데 비해 22대에서는 국회 출범 자체가 늦긴 했지만, 여가위도 제때 진용을 갖췄다. 더불어민주당 10명, 국민의힘 6명, 조국혁신당 1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위원단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이인선 위원장(국민의힘, 대구수성구을)은 재선의원으로 경북대 교수, 경상북도 부지사, 대구경북과학기술원장,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을 지냈다. 이어 국회 여가위 홈페이지에 게시된 순서대로 위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선 경력과 활발한 원 내외 활동으로 국민들의 신망을 받아온 중량감 있는 인사들과, 비례·초선의 젊은 신인 정치인, 그리고 여성가족 분야에서 이력을 쌓은 전문가들이 고루 포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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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아의 조각보 세상 자유주의 사회와 그 적들 1938년 히틀러가 오스트리아를 침공했을 때, 위험에 빠진 조국을 걱정하던 사회학자 칼 포퍼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썼다. 이 책에서 그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열린 사회’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파시즘과 전체주의를 비판했다. 20대 청년이던 대학원 시절 책을 읽은 후 나눈 토론에서 나와 동료들은 이 포퍼의 책에 공감하기보다는 회의적이었다. 전두환 정부의 독재에 저항하며 공동체와 사회운동의 가치를 믿었던 20대 청년들이 서구적인 개인의 자유를 역설하는 포퍼의 주장에 마음이 끌리기는 어려웠던 1980년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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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아의 조각보 세상 ‘1억원’의 매직? ‘1억원’의 비즈니스! 4000만원으로 시작해 5000만원이 되더니, 몇달 사이에 1억원으로 뛰었다. 출산장려금이다.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장이 아이 한 명당 4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발표로 경질된 후 얼마 안 돼 더불어민주당이 자녀 한 명당 5000만원씩 주겠다고 선언했다. 엊그제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1억원을 주면 아이를 낳겠다는 사람이 63%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조금 더 기다리면 2억원쯤으로 오를까? 인플레이션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한국에서도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지만, 인플레도 이런 인플레가 없다. 불과 1년 사이에 150%가 뛰었으니. 발표 주체도 다르고 정책화 가능성도 커 보이지 않지만, 가히 ‘출산 비즈니스’라는 이름을 붙여도 무색하지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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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아의 조각보 세상 22대 총선, ‘윤석열-조국 대전’에서 빠진 것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선거’라는 말이 있지만, 이번 총선만큼 엎치락뒤치락이 심한 선거가 또 있을까. ‘정권 심판’ 구호로 야당 우위에서 시작됐지만, ‘한동훈’이란 스타 장관의 때이른 등장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 민주당의 공천 파동은 역풍을 태풍으로 만들었고 선거를 한 달 남긴 시점엔 판세가 국민의힘 쪽으로 기울었다. 대통령 부정평가가 60%를 넘나드는데도 여당 압승이란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되었고 ‘국민의힘 170석’이란 예측까지 나왔다. 그때 ‘3년은 너무 길다’는 구호와 함께 조국 전 장관이 ‘짜잔’ 하고 나타났다. 태풍의 방향이 다시 바뀌고 쓰나미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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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아의 조각보 세상 지금 누가 여성정책을 말하나 3월8일은 ‘세계여성의날’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포용을 고무하라(#InspireInclusion)”라는 구호와 함께 성평등을 가로막는 장애를 제거하고, 성별 고정관념에 도전하며, 모든 여성이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실렸다. 이 사이트에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여성이 일하기에 가장 좋은 그리고 가장 나쁜 나라들”이란 제목 아래 2016년부터 2023년까지 29개국의 유리천장 지수가 제시됐다. 성별 임금격차, 여성 고용률, 여성 관리직 비율,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 12개 항목으로 산출되는 통계에서 한국은 부동의 29위, 꼴찌를 계속해왔다. 여성이 일하기에 가장 나쁜 나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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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아의 조각보 세상 철학도 실력도 없는 여야의 저출생 대책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모처럼 의견의 일치를 봤다. 지난 18일 동시에 발표된 저출생 대책이다. 4월 총선을 앞둔 선거용이기는 하지만, ‘막대한 예산만 쓰고 성과는 없다’는 비판과 함께 국민의 큰 걱정거리가 되어버린 정책이라 언론의 관심도 컸다. 결과는 ‘예상대로, 그러나 예상보다 훨씬 걱정스러운 것’이었다. 국민의힘은 배우자 출산휴가를 현행 10일에서 1개월(유급)로 늘려 의무화하고 육아휴직 급여 상한 인상, 연 5일 유급 자녀돌봄휴가, 육아동료수당, 여성가족부 폐지와 인구부 설치 등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신혼부부 가구당 자녀 수에 따른 1억원 대출과 탕감, 초등 이상 미성년 자녀 아동수당, 자녀 수에 따른 공공임대주택 제공 등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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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아의 조각보 세상 우리에겐 기회가 있다 새해는 ‘선거의 시간’이다. 22대 총선까지 꼭 100일이 남았다. 그때까지 한국 사회의 정치시계는 선거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다. 아직 선거제도도 확정되지 않았고 후보를 낼 정당들의 윤곽도 불분명하지만, 총선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이 선거가 한국의 정치와 민주주의 발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들 고민하실 것이다. 지지 정당과 후보가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는 팬덤정치도, 투표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냐는 정치혐오도 걸림돌이다. 퇴행하는 민주주의를 멈추고 변화의 방향을 미래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이런 구태들과 헤어질 결심을 단단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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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아의 조각보 세상 혐오범죄에 대한 법적 규제 넥슨전투. 최근 진행 중인 게임산업 집게손가락 논란을 지켜보면서 느낀 소회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애니메이션, 쉴 새 없이 흘러가는 영상의 한 장면을 잘라 집게손가락 모양을 남성 비하 표현으로 단정하고 창작자의 개인 신상을 뒤져 페미니스트라는 낙인과 함께 해고하라는 요구를 끈질기게 이어간 이 사건은 다행히 창작자들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진실이 가려졌다. 넥슨의 하청업체인 뿌리에서 문제가 된 장면을 그린 이는 40대 남성이며, 남성을 조롱할 어떤 이유도 없었다는 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현역 의원들이 공격에 가담했고 아직까지 반성이나 사과의 뜻을 밝힌 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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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아의 조각보 세상 약자들의 산소호흡기를 떼는 고용노동부 “고평상담실에 가기 전 국가가 제공한다는 무료 법률상담소를 찾아가 봤기에 불신이 컸다. 피해를 입은 내가 받았던 무료 법률상담은 인터넷 예약을 통한 30분 내외의 비전문가 상담이었고 최소 며칠에서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했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에 공황장애까지 있는 상태에서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 평일, 점심시간 제외, 주말·공휴일 제외, 담당자가 공석이나 출장, 연차휴가면 불가능해 계속 보류…. 그렇게 사회적 외면을 받아 처절하게 버려지고 포기를 강요당하는 상황에서 도움이 절실한 내가 미친 사람이 되어 그냥 포기하려 할 때 상담실은 달랐다. 병원 치료를 받고 늦게 도착해도 사무실 문을 열고 내가 오기까지 기다렸다. 두려움과 겁을 내며 법정에 서야 할 때도 나를 붙들어 법원에 동행해 주었다. 늦게까지 일하며 김밥 한 줄을 나눠주면서 뭐라도 먹어야 된다고 힘내야 한다며 나를 붙들어줬고 살아야 한다고 더욱 고삐를 잡아챘다.”(서울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상담실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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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아의 조각보 세상 스웨덴 성평등 모델의 토대 “정부가 노동시장에서 성별 격차를 줄이기 위해 한 것은 없다.” 스웨덴 여성노동연구의 권위자 오사 룬드크비스트 룬드대 교수는 인터뷰를 이렇게 시작했다. 지식인의 사명이 비판적 성찰이란 생각을 하면서, 왜 그렇게 보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현재 우파 정부가 그동안의 성평등 정책을 흔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진도가 더 나가고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스웨덴은 남녀가 하는 일이 매우 뚜렷하게 구분돼 있어 불평등의 원인으로 지목되어왔다. 스웨덴 성평등 정책의 눈부신 발전은 1960~1970년대 서구 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여성운동이 급물살을 탔던 시기에 이루어졌다. 룬드크비스트 교수는 제2물결 여성운동 시기로 알려진 이 기간 스웨덴에서도 페미니스트들이 정부에 여럿 들어가 성평등 정책 기틀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만난 일반 시민들도 여성의 삶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이때라고 기억했다. ‘민주 정부’나 ‘온정적인 정부’가 아니라, 명확한 목적의식과 실력을 갖춘 여성들이 국가 기구에서 영향력을 가질 때 성평등 수준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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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아의 조각보 세상 쫄지마 페미니스트, 힘내라 시민운동 연구년을 맞아 스톡홀름에 왔다. 대학교수에게 주어지는 특권 중의 특권인 연구년은 그래서 더 부담스럽다. 강의 노동에서 벗어나 미뤄왔던 공부를 맘껏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큰 특혜가 어디 있으랴. 게다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을 만나고 자료를 모을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교육이란 노동을 면제받는 대신, 연구란 노동의 책임은 더 무겁다. 그래서 스웨덴을 선택했다. 스웨덴이란 나라는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에게는 오래된 물음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성평등 제도와 문화를 갖고 있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일하고 아이를 키운다는 현대사회의 신화를 써 온 나라다. 한국에서 유명한 ‘라테 파파’란 말은 정작 스웨덴에선 들을 수 없다지만, 스웨덴 남성들은 부드럽고 육아에 익숙하다. 이웃 덴마크 남성들이 ‘스웨덴 남자는 여자에게 연애하자는 말도 못한다’고 비웃는다지만, 그래서 여성들에게 더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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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아의 조각보 세상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새만금 잼버리 잼버리(Jamboree·유쾌한 잔치)가 끝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지 않았고 유쾌할 수 없었던 10여일이 지났다. 방송 카메라는 때때로 스카우트 대원들의 웃는 모습을 비췄지만, 보는 이들은 미안했다. BBC 뉴스의 기자가 어두운 얼굴로 ‘한국의 역량 부족’을 말할 때는 참담한 심정마저 들었다. 해외 여행담에 종종 등장하는 ‘그리운 한국의 깨끗한 화장실’을 왜 새만금에서는 볼 수 없었는지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새만금 잼버리 프로젝트는 총 4부작의 드라마다. 1부는 새만금이 잼버리 개최지로 선정되고 간척지 매립과 기반 공사를 시행하는 이야기다. 제목을 붙인다면 ‘간척지를 넓혀라-작전명 잼버리’쯤 될까? 수도권에 자원이 집중된 나라에서 소외됐다고 느끼는 지방정부가 개발 명분으로 막대한 국가 예산을 끌어오는 데 잼버리라는 국제 행사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낯설지 않은 각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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